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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실: 드라마를 보다 중국을 읽다

속물화된 사회와 ‘청년’의 소멸, 한·중 닮은꼴...나름북스, 2020.4.1


  (  문수현   2020년 05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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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제공 책표지.

중국문화학자 고윤실 박사가 중국 텔레비전 드라마 분석을 통해 중국 체제와 문화의 특징을 살핀 저서 『드라마를 보다 중국을 읽다』를 출간했다.

저자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중국 드라마의 시기별 발전 과정을 검토하고, 중국 드라마 특유의 제작 방식과 방영된 드라마를 분석해 중국을 보는 시선을 넓힌다.

중국에서 드라마는 늘 당국의 관리 대상이고, 제작 환경 또한 통제되고 규격화되어 있다. 드라마 제작 계획은 매년 발표되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합해야 하며, 제작자도 사상적 문제가 없는 검증된 자여야 한다. 사상적, 이데올로기적 ‘안전’을 기하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회차별 줄거리 등 검열을 거쳐야 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방영이 가능하다.

즉, 중국 드라마는 기획부터 방영까지의 모든 과정에 중국 체제와 그 운용 방식이 적용돼 있다. 이 책은 이를 잘 보여주는 제편인(드라마 제작자) 제도, 검열 제도, 수상 제도의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20세기 중후반 무협소설과 21세기의 인터넷소설을 비교하면서, 최근 젊은 세대 중심의 인터넷 현환소설-IP드라마 붐에도 주목한다. 환상과 허구라는 순수한 오락의 세계가 ‘중국풍’의 세계 진출 전략 가능성에 닿아 있으며, 이는 ‘가상의 중화 감각’이라 부를 수 있다고 본다.

가장 최신 트렌드인 웹드라마에 대한 분석도 눈여겨 볼만하다. 인터넷이 고삐 풀린 발전과 확장을 거듭하자 중국 정부는 인터넷에 체제 위협 요소가 잠재해 있다고 보아 전면 관리에 나섰다.

유쿠, 투도우, 아이치이 등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이 발달하고 네티즌이 제작하는 2차 창작물과 웹드라마가 전성기를 맞았지만, 지원 위주의 문화 정책에서 통제 강화와 검열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관리 경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책은 마지막으로 주요 드라마 소비 주체인 80후, 90후 세대 시청자를 분석한다. 문화를 ‘창조’하던 20세기 청년과 달리, 다양한 모순을 겪으며 단순한 ‘소비’자로 전락한 21세기 청년들은 자본주의에 의해 80후, 90후 세대로 길러지며 부모 세대의 부와 권력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계층으로 분화했다.

저자는 중국 청년 세대의 현 상태와 정서 구조를 분석하면서 자기 환멸과 속물성, 성찰의 부재와 진정성의 소멸, 우울과 자조 및 낭만적 자아 등으로 이를 설명한다. 이는 중국 사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문화적 추세다.

고 박사는 이 저서 이전에도 현대 중국 청년의 성향에 관한 연구논문을 발표해왔는데 「당대 중국 ‘청년의 소멸’과 정서적 구조의 변동」(중국문화연구, 34집, 2016)에서 그의 논지를 살펴볼 수 있다.

결국 그의 관심은 (중국과 한국이라는) 속물화된 사회에서 과연 정치가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그러면서 “근대의 전투적이고, 저항적이고, 진지했던 청년의 주체성이 당대의 속물사회에서는 잠류(潛流)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실낱 같은 기대를 나타낸다. 비관적이지만, 다른 곳에서 희망을 찾기란 또한 무망한 일이 아니겠느냐는 탄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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