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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왕남(王楠): 21세기 중국의 대중서사 읽기

“대중서사 모르곤 중국 전문가 못돼”...최근 흥행 인터넷소설 등 분석


  (  문수현   2020년 04월 24일   )

전주대 중국어중국학과 왕남(王楠) 교수가 최근 자신의 문학 관련 중국어 논문들 중 일부를 한국어로 번역한 『21세기 중국의 대중서사 읽기』(역락, 2020.2.24.)를 출간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흥행했던 인터넷 소설, 애니메이션, 현환극과 웹 드라마를 소개·분석한 논문 8편으로, 중국 대중 서사의 최근 동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다.

왕 교수에 따르면, 드림웍스사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전에 제작·배급한 <쿵푸팬더>는 중국인들에게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줬다고 한다. 쿵푸와 참선, 판다와 만두 등 중국의 전통 소재를 가지고 만든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이 중국인들의 눈에도 너무나 ‘중국 스타일’로 보였다는 것이다. 이후 중국 정부는 문화산업 육성에 엄청난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앞서 중국에서는 2005년 인터넷 조회수 3천만을 돌파한 무협판타지소설 <주선(誅仙)>이 크게 흥행하면서 판타지 소설의 열풍이 불었다. 네티즌들은 이 해를 ‘현환 소설의 해’로 규정하기도 했는데, ‘현환’(玄幻)은 도가(道家)풍의 ‘중국식 판타지’를 뜻한다.

왕 교수가 인용한 통계에 따르면 2013년 6월 현재 중국의 네티즌 규모는 5.9억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인터넷 문학 사이트를 이용하는 네티즌의 수는 2.48억 명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중국의 인터넷 소설 시장은 작가가 수백만 명에 이르고 연간 생산되는 소설 작품이 10만 편에 이르는 규모까지 성장했다.

왕남 교수는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장르로 구성돼 있는 인터넷 글쓰기와 영화, 드라마의 서사 작품들을 다루면서 특히 중국 전통문화의 차용과 계승이라는 부분에 주목한다.



인터넷 글쓰기의 주종을 이루는 현환소설의 주요한 구성 요소는 중국의 전통 판타지 공간과 신선, 무협 같은 소재들이며, 최근 들어 양산되고 있는 우수한 영화와 애니메이션 가운데는 중국 고대의 전통 서사인 『산해경』이나 『서유기』, 장자의 우언(寓言) 등에서 소재와 사상을 차용해 온 것들이 많다.

왕 교수는 전통문화의 차용과 계승이라는 측면에 집중해 이런 요소가 두드러진 작품들을 골라 이들을 소개하고 분석했다.

『명나라 이야기』는 인터넷과 출판계의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누렸던 작품으로, 1344년부터 1644년까지 300년간의 명나라 역사를 서술한 역사 평설이다. 2006년 3월 대형 인터넷 사이트인 ‘티엔야’의 ‘자주논사’ 토론방에 연재를 시작했다. 작가 당년명월(當年明月, 필명)은 대형 포털 사이트인 시나와 소후에 블로그를 개설해 연재를 이어갔는데, 2019년 9월 20일 현재 블로그의 조회수는 2억3천만 회를 넘어섰다. 아울러 오프라인에서 총 7권의 같은 제목으로 출간된 이 도서는 2020년 4월 23일 현재 누적 판매량 2000만권을 돌파했다(2009년 4월까지는 500만권).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성공한 비결은 무엇보다도 ‘재미있다’는 것인데, ‘이 책이 왜 재미있는가?’를 연구한 논문이 바로 왕 교수의 ‘『명나라 이야기』의 서사적 특징에 대하여’다.

도굴소설 또한 현재 중국 인터넷 소설의 인기 분야다. 베이징의 카이쥐엔(開卷)정보기술주식회사가 발표한 2007년 3월의 픽션류 도서 판매 30위 리스트 가운데 ‘도굴 및 풍수’ 소재 소설이 다섯 부를 점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2006년 12월 출판된 『도굴일기(盜墓筆記)』가 10위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귀취등(鬼吹燈)』시리즈가 그 자리를 점했다.

왕 교수는 이 두 작품을 중심으로 ‘고대 도굴서사에 대한 인터넷 도굴소설의 계승과 창신’이라는 관점에서 옛날의 도굴서사와 현대 인터넷 도굴소설을 비교 연구했다.

왕 교수는 “도굴소설들은 어찌 보면 당나라 이후 지괴소설 같기도 하고, 할리우드의 괴물영화나 게임 등과 관련된 것 같기도 했지만, 사실은 주나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의 도굴 역사·전통과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전통문화는 애니메이션으로도 그려진다. 2015년 여름 개봉한 <몬스터 헌트(捉妖記)>에는 『산해경』의 자취가 나타나며, 2016년 여름 개봉해 첫날 흥행 수익 7460만 위안(한화 약 120억 원)을 기록한 <나의 붉은 고래(大漁海棠>는 장자(莊子)의 고사를 참고했다. 또한 <백사: 인연의 시작(白蛇: 緣起)>는 Light Chaser Animation과 워너 브러더스사가 공동 제작해 2019년 1월 중국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로, 중국의 4대 민간전설 중의 하나인 <백사전>에서 소재를 빌어왔다.

이들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어린이와 어른 할 것없이 즐겨 보며, “아름답다” “중국적이다” 같은 고평을 받는 공통점이 있다. 왕 교수는 과연 영화의 어떤 요소가 그런 평가를 받아내는 것인지 연구했다고 했다.

한편, 중국인들은 드라마를 TV에서보다 인터넷에서 많이 보고 있는데, 최근 중국 드라마 계에서 IP라는 용어가 이슈가 됐다.

왕 교수는 “중국의 모든 드라마가 IP를 가지고 찍은 것이다. 인터넷, TV, 영화, 책 등 서로 다른 매체에서 IP를 이용해 드라마를 만드는 추세다. 아주 유명한 인터넷 소설이 나오면 그것은 반드시 책과 드라마, 소리책 등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왕남 교수는 『21세기 중국의 대중서사 읽기』에서 IP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인터넷 소설 시장과 함께 그로부터 파생된 문화 IP 시장의 규모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IP’라는 용어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영상 매체 관련 분양서 가장 많은 출현 빈도를 보인 신조어다. ‘IP’는 영문 ‘Intellectual Property’의 준말로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을 의미하는 용어다. 2014년부터 인터넷 소설의 판권이 조금씩 ‘IP’라는 개념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저작권과 특허권, 상표권의 세 가지로 구성된 지적재산권이라는 개념으로 확정됐다. …문학작품,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와 드러마 작품 등이 모두 하나의 ‘IP’가 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IP’는 하나의 형식을 뛰어넘어 여러 매체에서 개작될 수 있는 작품을 가리킨다. …『강물의 신(河神)』IP는 대표적인 사례다. (pp.279-280)


▲ 전주대학교 왕남 교수

중국인인 왕 교수는 한국의 젊은이와 대학생들에게 최근 중국의 문화트렌드 및 중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자 이 책을 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을 어느 정도 아는 독자, 중국학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일단 재미있어야 젊은 사람들은 본다. 어떻게 중국과 중국어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에 열정을 가지느냐? 대중서사만한 게 있나! 중국전문가가 되려면 중국 대중서사를 모르면 안 된다. 학생들에게 그런 취지로 늘 강조한다.”고 했다.

왕 교수는 앞으로도 대중서사가 중국 전통을 어떻게 이용해 가는지 관심을 가지고 중국 인터넷 문학의 변화 추세를 연구할 계획이다.

역서로 『朝鮮君王的人生(조선 국왕의 일생)』(江蘇人民出版社, 2017)이 있으며, 『조선 양반의 일생』과 『아들의 아버지』의 중국어판을 곧 출간할 예정이다. 같은 학과의 학과장인 안정훈 교수와 함께 번역했다.

『조선 양반의 일생』과 『조선 국왕의 일생』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엮은 논문집이고, 『아들의 아버지』는 김원일의 2013년 장편소설이다. 김원일은 이문구, 이문열, 김성동 등과 함께 이른바 ‘좌익’ 2세 작가다.

왕 교수는 “학술서인 『조선 양반의 일생』과 『조선 국왕의 일생』을 번역하면서 오류를 피하기 위해 <조선왕조실록>을 수없이 찾아봐야 했고, 분단문학인 『아들의 아버지』를 번역하면서는 너무 슬퍼 많이 울었다”고 했다.

왕남 교수는 중국 대련이공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8년부터 전주대 중국어중국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국문학과 중국어(문법)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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